내 인생에 봄이 오면
하늘시인 이영하
내 인생에 봄이 오면
나는 먼저 신발 끈을 고쳐 매리라.
나는 먼저 신발 끈을 고쳐 매리라.
오래 걸어온 발에는
길의 먼지와 말하지 못한 피로가 남아 있다.
길의 먼지와 말하지 못한 피로가 남아 있다.
지나온 겨울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으리라.
다만 얼어붙은 땅 밑에서
뿌리가 견딘 시간을 잊지 않으리라.
다만 얼어붙은 땅 밑에서
뿌리가 견딘 시간을 잊지 않으리라.
젊은 날 나는 하늘을 향해 속도를 높였고
먼 나라의 문 앞에서 낯선 이름들을 배웠다.
먼 나라의 문 앞에서 낯선 이름들을 배웠다.
이제는 조금 천천히
곁에 선 사람의 걸음을 살피고
내가 앞서 지나온 자리에서
누군가 발을 헛디디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리라.
곁에 선 사람의 걸음을 살피고
내가 앞서 지나온 자리에서
누군가 발을 헛디디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리라.
봄은 새로 시작하는 계절이지만
모든 것을 처음으로 돌리지는 않는다.
상처 난 가지에도 지난해의 흔적은 남아 있다.
모든 것을 처음으로 돌리지는 않는다.
상처 난 가지에도 지난해의 흔적은 남아 있다.
내 인생에 봄이 오면
더 많은 것을 이루겠다고 서두르기보다
한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작은 약속 하나를 지키리라.
더 많은 것을 이루겠다고 서두르기보다
한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작은 약속 하나를 지키리라.
저녁이 오면 오늘 내가 지나온 자리를 돌아보며
누군가의 하루에
불필요한 추위를 보태지는 않았는지 살피리라.
누군가의 하루에
불필요한 추위를 보태지는 않았는지 살피리라.
〈시작 노트〉
◉주제 및 배경
인생 후반의 봄을 새로운 성취의 계절로만 바라보지 않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더 성숙한 삶을 선택하는 시기로 그렸다. 군인과 외교관으로 살아온 경험을 배경으로, 이제는 속도보다 배려와 책임을 앞세우려는 마음을 담았다.
◉시적 구성
신발 끈을 고쳐 매는 장면에서 출발해 겨울의 흔적, 젊은 날의 도전, 지금 필요한 삶의 속도로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하루의 끝에서 자신이 남긴 흔적을 돌아보는 태도로 마무리한다.
◉시적 감수성
봄을 무조건적인 희망이나 화려한 부활로 묘사하지 않았다. 겨울의 흔적을 간직한 채 다시 걷는 모습에 초점을 맞춰, 나이 듦과 새로운 출발이 함께할 수 있음을 표현했다.
◉비유 및 표현 기법
‘신발 끈’, ‘얼어붙은 땅’, ‘뿌리’, ‘상처 난 가지’를 통해 지나온 경험이 새로운 계절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냈다. 봄의 의미를 성취보다 배려와 성찰에 두었다.
◉시적 메시지
인생의 봄은 나이가 젊어지는 일이 아니라,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선택에서 시작된다. 내가 지나온 자리에서 다른 사람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하는 일도 삶의 중요한 성취다.
◉시인의 메모
봄은 저절로 오는 계절이지만, 내 인생의 봄은 어떤 태도로 하루를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오늘의 작은 행동이 내일의 계절을 만든다.



